시효취득 주장에 맞선 상속인들의 대응 전략

2025. 7. 3. 01:19토지 상속

토지를 상속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그 땅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오래 방치된 시골 땅이나 사용하지 않던 조상 명의의 임야의 경우, 오랫동안 해당 토지를 사용해 온 제3자가 ‘시효취득’을 주장하며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이럴 땐 많은 상속인들이 이것이 도둑질이 아니냐고 묻지만, 법적으로는 시효취득 요건이 충족되면 소유권이 정당하게 넘어갈 수 있다.

시효취득은 민법 제245조에 따라, 타인의 부동산을 20년 이상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즉, 상속인은 명의자는 될 수 있어도, 실제 점유자가 아니라면 법적으로 땅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효취득 주장에 맞선 상속인의 대응 전략

 

이번 글에서는 시효취득이 인정되는 조건, 그리고 상속인이 이런 주장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실제로 시효취득 소송에서 상속인이 승소한 전략은 무엇이었는지를 정리한다.

 

시효취득 주장의 조건과 실제 분쟁 사례

시효취득은 흔히 남의 땅을 몰래 쓰다 보면 내 땅이 된다는 오해를 낳지만, 실제로는 꽤 엄격한 조건이 있다.
다음 4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1. 20년 이상 점유할 것 (자주점유)
  2. 소유의 의사로 사용할 것 (타인 허락이 아님)
  3. 평온하고 공연한 상태로 유지할 것 (비밀스러운 점유는 제외)
  4. 사실상 지배력이 있어야 함 (실제 사용·관리)

예를 들어, 전라도 K시의 한 마을에서 A씨는 1985년부터 인근 공터를 경작하며 자신 소유처럼 사용해왔다. 해당 토지는 B씨의 조부 명의였고, 상속인들은 이를 모르고 방치한 상태였다. 2022년 A씨는 시효취득을 주장하며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B씨는 30년 된 조상 땅을 법적으로 잃게 되었다.

 

이 사례는 상속인이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한 토지는, 법적으로도 타인의 소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명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반대로, 상속인이 적절한 대응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상속인이 취할 수 있는 방어 전략: 핵심은 점유 부정과 중단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상대방에 맞서 상속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은 20년의 점유 요건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어 논리는 다음과 같다:

1) 상대의 점유가 허락된 사용임을 입증

가장 효과적인 반론은 '그 사람은 무단 점유가 아니라 임시로 사용하게 해준 것'이라는 논리다. 이때는 조상 또는 가족이 해당인에게 사용을 허락한 기록이나 증언이 있으면 유리하다.
예) 과거 임대차 계약서, 구두 허락 진술서, 마을 주민 증언 등

2) 평온·공연한 점유가 아니었음을 주장

상속인이 해당 토지가 자신 소유임을 계속 주장했거나 간헐적으로라도 관리 행위를 했다는 증거(제초, 출입 제한 팻말 설치, 세금 납부 등)가 있다면, 상대방의 점유는 불안정한 것으로 간주되어 시효취득 요건이 깨질 수 있다.

3) 점유 중단 또는 소유권 행사 경고 이력 제출

중간에 내용증명으로 ‘무단 점유 금지’ 경고를 발송했다면, 그 시점부터 시효취득 요건인 ‘20년 연속 점유’가 끊긴 것으로 본다. 따라서 상속인이 늦었더라도 지금이라도 공식 경고 조치를 취하면, 향후 시효취득 주장에 대응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실무 대응 절차: 시효취득 소송 전·후 단계별 전략

실제로 시효취득 주장을 접하거나 소장을 받은 경우, 당황하지 말고 다음과 같은 단계로 대응해야 한다.

소송 전 단계: 선제적 차단 조치

  • 토지 현황 파악: 누가, 얼마나 오래, 어떻게 사용 중인지 실지 확인
  • 현장사진 확보 및 드론 촬영: 경작 여부, 울타리, 시설물 설치 등 점유 행위 확인
  • 내용증명 발송: '귀하의 무단 사용은 불법이며, 소유권은 ○○○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 등기부 정리 및 상속등기 완료: 소송 전에 등기 명의 정리로 법적 우위 확보

소송 중 대응 전략

  • 점유 기간의 단절 주장: 1990~2000년대 중 일부 기간은 사용하지 않았다
  • 타인 허락으로 사용했음을 입증: 과거 관계자 진술, 서면 자료 확보
  • 재산세 납부 증빙 제출: 상속인이 세금 납부했다면 실질적인 소유 의사 인정 가능
  • 법률 전문가와 소송 전략 협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 또는 등기 전문가 동반 필수

시효취득 소송은 단순 민사소송이지만, 법리가 복잡하고 증거의 무게에 따라 판결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자 대응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와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야 한다.

 

상속인의 관점에서 본 예방 중심의 시효취득 대응 설계

상속인이 시효취득 주장에 대응할 때, 이미 법적 분쟁이 시작된 후에야 움직이기보다는, 애초에 그런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상속인이 그 땅이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시효취득 소송이 시작된 순간, 소송비용, 감정소모, 대응 자료 준비 등에서 이미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속인이 ‘지금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있는 땅’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법적 대응보다 먼저 ‘심리적 방어선’을 설정하는 방식의 관리 전략을 구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1) 가족 내부 합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의외로 많은 시효취득 소송이 상속인 간 내부 정보 공유 부족에서 출발한다.
형제 중 누군가는 해당 토지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알고 있지만 아직은 그냥 놔두자고 말하며 정리를 미룬다.
그 사이 해당 지역 주민이 그 땅을 점유하거나, 창고를 짓거나, 농작물을 심게 되고, 그 사용이 누적되면서 아무도 관심 없는 땅이라는 명분이 생긴다. 그래서 상속인 중 1명은 내부적으로 먼저 합의를 이끌어내고 정리 주체를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토지는 ○○가 책임지고 정리하며, 모든 관리 행위를 대신 수행한다'는 가족 내 위임 메모라도 있으면 이후 소유 의사를 입증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2) 현장 점검은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해야 의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땅을 보러 간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 집을 짓고 울타리를 만들었다면, 그때부터는 점유 배제를 위해 민사소송, 행정소송, 강제집행 등 복잡한 절차가 따라붙는다. 오히려 그런 일이 없을 때 조용히 점검하고, 사진을 남기고, 지자체에 토지이용확인원을 받아두는 행동이 시효취득에 가장 강력한 방어가 된다.

즉, 행동의 시점이 중요하다. 문제가 없을 때 한 조치만이 '나는 원래부터 이 땅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근거가 된다.

3) 정리 중인 상태라는 객관적 흔적을 남겨야 한다

법원은 상속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소극적 태도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현재 상속 정리 절차 중이며, 등기 및 소유권 이전을 준비 중이라는 구체적 흔적이 있다면, 소송이 들어왔을 때도 적극적인 방어 논리가 성립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조치는 실질적 효과가 있다:

  • 해당 토지에 대한 공유자 명부 작성
  • 정기적인 지분 정리 협의 내용 문서화
  • 공유자 간 상속 분할 협의 진행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남기는 것
  • ‘등기 예정’임을 밝힌 가족 회의록 또는 담당 법무사 상담 내역

즉, 실소유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정황만 남겨도,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측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결론: 방치된 땅은 언젠가 법정에 선다

상속인은 종종 땅을 ‘남겨진 자산’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잠재적 분쟁의 씨앗’이기도 하다. 장기간 방치된 토지는 주변인의 점유, 마을 주민의 관행, 국가의 개발계획 등으로 인해 예고 없이 법적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

시효취득은 한 번 인정되면 되돌릴 수 없다. 그러므로 상속인이라면 땅을 소유한 그 순간부터 소유 의사와 관리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행위를 시작해야 한다.

등기 정리, 세금 납부, 사용 경고, 현장 확인. 이 네 가지가 정기적으로 반복된다면, 시효취득 주장은 설 자리가 줄어든다.
법은 결국 적극적인 사람의 손을 들어준다. 땅을 지키고 싶다면, 그 권리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지금 눈앞에 분쟁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자. 가장 조용한 시기야말로 가장 중요한 준비 시기다. 그 땅을 지키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것이 상속인의 가장 현실적인 방어선이다